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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독수리 이성열, 만루홈런으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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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말 베테랑 선수를 대거 방출했다. 시즌 내내 최하위였던 팀 분위기를 확실히 바꿔 보겠다는 의도였다. 주포 김태균이 은퇴했고, 주전으로 뛰던 30대 중후반 선수 대부분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1984년생 외야수 이성열은 그 칼바람 속에서 자리를 지킨, 몇 안 되는 고참급 타자였다.

 

한화, 롯데 12-2로 대파…탈꼴찌

홈런 이어 적시 2루타로 또 타점

클럽하우스 리더 따라 타선 폭발


시즌 초반 활약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18일까지 22경기에서 타율 0.167(54타수 9안타) 7타점 6득점을 기록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함께 새 출발 한 한화는 젊은 유망주에게 돌아가면서 기회를 줬다. 가뜩이나 성적이 좋지 않은 이성열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듯했다.

 

외로운 베테랑은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진가를 보여줄 기회를 맞았다. 이성열은 19일 롯데 자이언츠와 대전 홈 경기에 중심 타자로 나와 값진 한 방을 터트렸다. 부활의 신호탄과도 같은, 큼직한 그랜드슬램이었다.

 

0-0으로 맞선 1회 말 1사 만루였다. 테이블 세터 정은원과 최재훈이 연속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하주석이 좌중간 안타를 쳤다. 초반에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득점 기회였다. 이때 타석에 이성열이 섰다. 개막 후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홈런이 하나도 없는 중심 타자. 큰 것 한 방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성열의 배트가 벼락같이 돌았다. 롯데 선발 노경은의 초구 체인지업(시속 130㎞)을 통타했다. 타구는 외야 우중간을 가르며 날아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이성열의 시즌 첫 홈런이자 개인 통산 5번째 만루홈런이다. 정은원, 최재훈, 하주석이 차례로 득점했고, 이성열이 마지막으로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홈 팬의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보다 더 확실할 수 없는 기선 제압이었다.

 

한화 입장에선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한화는 전날(18일) 롯데에 3-4로 아쉽게 지면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가장 피하고 싶은 순위를 맞닥뜨린 거다. 꼴찌를 벗어나려면 9위 롯데와 맞대결을 무조건 잡아야 했다.

 

숨죽였던 베테랑 이성열이 침묵을 깨자 다른 타자들도 줄줄이 폭죽을 터트렸다. 2회 말 2사 1루에서 최재훈이 좌월 2점 홈런을 쳐 롯데 마운드를 또 한 번 폭격했다. 4회 말엔 최재훈의 볼넷과 하주석의 안타로 만든 2사 1·2루에서 이성열이 우익 선상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더 뽑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계속된 2·3루 기회에서 외국인 타자 라이언 힐리가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중월 3점 아치를 그려 롯데의 전의를 꺾었다. 이성열과 마찬가지로 부진의 골이 깊었던 힐리가 시즌 2호 포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장단 14안타를 몰아친 한화는 12-2로 크게 이겨 3연패를 끊고 하루 만에 탈꼴찌에 성공했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플레이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기가 왔다”고 쓴소리했다. 하지만 롯데를 잡고 최하위를 탈출하자 경기 후 모처럼 활짝 웃으며 “경기 초반 큰 리드를 잡았는데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다들 잘해줬다. 이성열은 클럽하우스 리더로서 모범이 되는 선수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지만, 이 경기를 계기로 앞으로도 좋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배영은 기자


[출처: 중앙일보] 베테랑 독수리 이성열, 만루홈런으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