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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선물 같은 정해영 “커브 연마 ‘영끌’ 중이죠”

프로야구에서 신인 선수의 활약은 팬들에게 늘 흥분을 안겨준다.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선물 상자를 풀었더니 금덩이를 발견할 기분이랄까.  야구팬 특히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라면 지난해 ‘선물’ 같은 신인이 있었다. 고졸 루키로 기아에 입단한 정해영은 지난 시즌 47경기에 출전 5승(4패), 평균자책점 3.29, 1세이브 11홀드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IP) 1.70을 기록하며 기아의 필승조로 우뚝 섰다. 이런 활약에 기아 팬들은 그에게 ‘아기 호랑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정회열(53) 전 기아 수석코치의 아들로 대를 이어 ‘타이거즈맨’이 된 프로 2년 차 정해영을 3일 전화로 만났다. 그와 나눈 대화를 ‘정해영의 시간’으로 재구성했다. ■아침 9시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요즘, 정해영은 아침 9시까지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출근’한다. 공식적인 훈련은 정오부터지만, 그는 3시간 일찍 나와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 썩 괜찮은 성적으로 올렸지만,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 집중하는 것도 체력 훈련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정해영은 “올 시즌 1군에서 리그 끝까지 잔 부상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단이 정해영에 거는 기대도 크다. 벌써부터 매트 윌리엄스 기아 감독이 “중요하게 쓰겠다”며 공식적으로 밝힐 정도다. 정명원 투수코치도 “15승 선발감”이라며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정해영은 “선발, 필승조 다 좋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선발로 뛰고 싶은 욕심은 있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본인을 “투피치 스타일”이라고 분석한 그는 “다양한 구종 확보가 필요하다는 코치진 조언에 따라, 느린 구종 특히 커브 연마를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성과를 말하긴 이르다. “지금은 (맞는) 그립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해영은 말했다. 패스트볼의 속도도 현재 시속 140㎞ 중반에서 1~2㎞ 더 늘리기 위해 볼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오도록 연습 중이다. ■밤 9시27분 2020년 7월1일 밤 9시27분.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고졸 입단 뒤 첫 1군 무대에 데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가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평소에 아버지가 ‘차라리 안타를 맞아라, 볼넷은 주지 마라’고 조언을 하셔서 그것만 지키자는 마음으로 올라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화 이글스에 1-3으로 지고 있던 9회초, 기아의 매트 윌리엄스 감독은 정해영을 깜짝 카드로 꺼냈다. 중계를 맡았던 민훈기 〈스포티브이〉 해설위원이 “이 중요한 순간에 고졸 신인을 올린다”며 놀라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첫 타자 정은원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던 정해영은 후속 타자 오선진을 병살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어 한화를 대표하는 김태균과의 대결. 정해영은 김태균을 3구 삼진 아웃을 시키며 야구팬들을 기함하게 했다. 기아는 9회말 극적 뒤집기에 성공해 정해영은 이날 KBO리그 역사상 21번째 고졸 신인 투수 데뷔전 승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김태균 선배는 늘 텔레비전으로 봤는데 엄청 신기했다. 삼진 아웃을 잡고 나서 내색은 못 했지만 너무 짜릿했다”는 정해영은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다”며 당시의 기쁨을 전했다. ■저녁 7시 훈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다. 공식적은 훈련 뒤 별도의 개인 훈련은 하지 않는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거나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휴식을 취한다. 내일의 훈련을 위해 정해영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다. 아버지와도 이야기를 나눈다. 정 전 코치는 포수 출신. 볼 배합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느냐는 물음에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인 조언을 하지 않으신다. ‘볼넷만 주지 말아라’ 정도가 유일한 조언이다”고 말한 정해영은 “정면승부를 하고, 열심히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늘 간직하고 있다. 평소에 배짱이 좋은 성격은 아닌데 아버지의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1군 잔류라는 목표 외에 올해는 내심 올림픽 출전도 바란다. 청소년 대표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올림픽 메달은 그의 ‘꿈’이다. 정해영은 “한국의 야구 선수라면 올림픽에 한 번이라도 출전해 보고 싶을 것이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기회를 잡아 메달을 꼭 목에 걸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팀 선배 양현종은 그의 롤 모델이다. 7년 연속 10승 이상 올린 꾸준함을 본받고 싶다. 당연히 훗날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는 “정해영 하면 ‘기복 없는 꾸준한 선수’라고 기억되고 싶다”며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경기장에 관중이 적었는데 올해는 많은 관중 앞에서 볼을 던지고 싶다. 많이들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며 당차게 말했다. 양현종의 미국행으로 투수진 공백이 생긴 기아. 올 시즌 ‘아기 호랑이’ 정해영의 해야할 일이 더욱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이정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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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연봉조정위, 주권 손 들어줬다…역대 2번째 선수 승리(종합)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10년 만에 열린 프로야구 KBO 연봉 조정위원회가 kt wiz 구단이 아닌 선수 주권의 손을 들어줬다. KBO는 25일 서울 강남구 KBO 사옥 2층 회의실에서 kt와 주권에 대한 연봉 조정위원회를 열고, 주권의 2021년도 연봉을 선수 요구액인 2억5천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kt는 주권에게 올해 연봉으로 2억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주권은 이보다 3천만원 많은 2억5천만원을 원했다. 연봉 조정위에서 선수가 승리한 것은 2002년 류지현 현 LG 트윈스 감독 이후 19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지난해 연봉 1억5천만원을 받은 주권은 kt 불펜의 핵심 투수로서 77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주권의 활약으로 kt는 플레이오프에 진출, 창단 첫 가을야구를 즐겼다. 주권은 구단 역대 첫 '홀드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합의에 실패한 양측은 KBO 조정위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kt위즈-주권, 연봉조정위 참석한 구단 관계자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야구위원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kt 위즈와 주권의 연봉조정위원회에 구단측 대표로 조찬관 운영팀장이 참석하고 있다. 주권과 KT는 2021시즌 연봉에 각각 2억5천만원과 2억2천만원을 제시하며 합의하지 못했다. 2021.1.25 [email protected] KBO는 선수와 구단이 추천한 인사 1명씩을 포함해 법조인·스포츠 관련 학계 인사 등 5명으로 꾸려진 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스포츠 중재 재판소(CAS) 중재 재판원으로 활약 중인 법무법인 인의 주정대 변호가 조정위원장을 맡았고,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은현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야구학회 이사인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상임이사인 김유겸 서울대 사범대 부학장 겸 체육교육과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주정대 위원장은 "오늘 조정위는 양측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KBO는 조정위가 ▲ 직전 시즌 선수의 공헌도와 공헌 기간 및 지속성 ▲ 선수 성적에 따른 수상 경력과 최근 소속 구단의 성적 ▲ 선수의 과거 연봉 및 동급 연차 선수들의 연봉 수준 등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단·선수의 재정 상황이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언론의 의견·평가 자료, 조정위 개최 전까지 구단과 선수가 논의한 조건, 양측 대리인 또는 변호사 비용,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직업의 연봉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kt위즈-주권, 연봉조정위 참석하는 위원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야구위원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kt 위즈와 주권의 연봉조정위원회에 조정위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주권과 KT는 2021시즌 연봉에 각각 2억5천만원과 2억2천만원을 제시하며 합의하지 못했다. 2021.1.25 [email protected] 주권의 대리인(에이전트)으로 동행한 강우준 변호사는 "주권 선수와 유사하게 활동한 과거 선수의 사례를 중점적인 근거로 제시했다"며 "위원들에게 예리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준비한 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주권은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긴장했다. 말은 대리인이 다 해주셨다"며 "팬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kt 구단 대표로 참석한 조찬관 운영팀장과 신동원 대리는 특별한 언급 없이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KBO 연봉 조정위는 1984년 강만식(해태) 사례 이후 올해 주권까지 총 21번 열렸다. 앞서 역대 연봉조정 신청은 97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조정위가 열리기 전에 선수들이 신청을 철회했다. 가장 최근에 연봉조정을 신청한 2012년 이대형도 자진 철회하고 LG 구단 제시액(8천500만원)에 사인했다. 10년 전 20번째 연봉 조정위에서는 7억원을 요구한 이대호가 아닌 6억3천만원을 제시한 롯데가 승리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2002년 연봉 1억9천만원을 제시한 LG 구단에 2억2천만원을 요구하며 맞섰고, 조정위에서 승리했다. 이전까지 최초이자 유일한 연봉 조정 승리자였던 류 감독은 "시대가 달라진 만큼 조정위 결과 이후 구단과 선수 모두 그간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 말고, 서로 동료애를 발휘해 더 나은 팀과 팀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kt 주권, 연봉조정위 참석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kt 위즈 주권이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야구위원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연봉조정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주권과 KT는 2021시즌 연봉에 각각 2억5천만원과 2억2천만원을 제시하며 합의하지 못했다. 2021.1.25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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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에이전트, "연봉조정위원회 승리 원인? 유사 사례 강조"

[스포츠서울 남서영기자]KT 주권이 10년 만에 열린 연봉조정위원회에서 구단을 상대로 승리했다. KBO는 25일 “2억 2000만원을 제시한 구단과 2억 5000만원을 제시한 선수 양 측의 입장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선수가 제시한 2억 5000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KBO는 KT의 연봉 산정 기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연종조정신청에서 선수가 승리한 것은 2002년 LG 류지현(현 LG감독) 이후 두번째다. 이로써 선수의 연봉조정신청 승률은 약 9.5%가 되었다. 조정 결과 발표 후 주권의 대리인이자 강우준 엠브이피스포츠 대표이사는 전화통화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강 대표이사는 “감사할 따름이다. 팬들이 지지해 주셨고, 언론에서도 지지해 주셨고, 구단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깔끔하고 신사적으로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KBO도 공정하게 해주시려고 노력하셔서 그런 점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조정위원회는 오후 2시에 시작해 5시를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강 대표이사는 “구단 측에서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기록적인 측면이나 여러가지 부분에서 (위원들이)역으로 물어보셨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주요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강조한 부분은 다른 유사 사례가 많으니 그걸 참고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강 대표이사는 “주권 선수가 딱히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정신이 없기도 하고, 다만 선수가 위원회 전부터 ‘KT 선수고, 내일부터 일상으로 돌아가고, 열심히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1006346?ref=naver#csidx9db03ed7c36c54eb565a5c0dc5c8a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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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우리 딸 허락 못 한다"…방황하던 김재호, 두산 대표 유격수로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우리 딸을 허락할 수 없다." 김재호(36)에게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앙중, 중앙고 시절부터 유망주로 평가를 받았고, 2004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김재호를 기다린 건 10년이라는 길고 긴 백업 생활이었다.  19살 유망주는 27살이 됐을 때 오랜 방황을 끝내는 따끔한 한마디를 들었다. 당시는 김재호의 여자친구였던 아내 김혜영 씨(35)의 어머니가 "우리 딸을 허락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 야구로는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던 김재호의 인생을 바꾼 한마디였다. 덕분에 김재호는 18년째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4년 주전으로 도약해 2015, 2016, 2019년 3차례 우승에 기여했다. 2016년은 주장으로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팀 통합 우승을 이끄는 역사를 썼다. 2015년과 2016년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두산도 김재호의 가치를 인정해 2차례 FA 시장에 나온 그를 붙잡았다. 2016년 시즌 뒤 첫 FA 때 4년 50억 원으로 당시 역대 FA 유격수 최고 대우를 받았고, 이번 겨울 2번째 FA 자격을 얻어 3년 25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3년까지 20년 동안 두산에서 원클럽맨으로 뛰는 김재호를 19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다. ▲ 두산 베어스 김재호 ⓒ 잠실, 곽혜미 기자 ◆ 방황했던 10년…"야구가 재미없었다" 10년까지 백업 생활이 길어진 이유는 결국 김재호에게 있었다. 그는 "프로에 와서 적응을 못 했고, 야구가 재미가 없으니까 즐겁지 않았다. 그냥 피하고 싶었다. 기대를 많이 받았고, 남들한테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경기를 내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답답했다. 그래서 피했다. '어차피 경기에 못 나가니까'라는 마음이 생기면서 불성실했고, 훈련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금방 포기하고 그런 시간을 반복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조금 더 끈기를 갖고 계속 노력했으면 조금 더 빨리 기회가 왔을 수도 있었다. 금방 포기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들을 반복적으로 했던 게 내게는 마이너스가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야구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동안 야구 외적인 것에 더 기대려 했다. 그중 하나가 지금의 아내였다. 김재호는 "야구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믿음, 또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서 더 힘을 얻으려 했다"고 밝혔다.  아내의 어머니는 그런 김재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없었다. 김재호는 "장모님은 현실을 깨닫게 해주신 분이다. 운동선수로서 내가 성공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딸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하셨다. 장모님이 보시기에 내가 연애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연애 말고 운동 쪽으로 더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러지 못하고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데 더 의지하니까. 장모님께서 '미래가 불투명하니 우리 딸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하셨고, 나도 내가 조금 더 야구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재호는 180도 달라졌다. 그는 "내가 정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운동선수로서 낙오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내 인생이 끝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내가 야구를 한번 피하지 말고 부딪혀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가 27살쯤이었다. 나도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고, 여기서 흐지부지하면 어느 순간 팀을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장모님의 말을 들은 뒤로 내 모든 삶의 초점은 야구가 됐다. 야구를 사랑하게 됐고, 더 파고들려고 했고, 야구를 깊이 생각하려 하니까 야구가 조금씩 삶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글러브도 내가 사서 써보고, 가지고 있던 것도 써보고 이런 게 다 즐거웠다. 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2013년 당시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부상 이탈이 김재호에게는 기회가 됐다. 김재호는 그해 91경기에 나서 타율 0.315(248타수 78안타), 1홈런, 32타점, 42득점으로 활약한다. 2013년 시즌 뒤 손시헌이 FA로 신생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두산 베어스 김재호 ⓒ 잠실, 곽혜미 기자 ◆ 대체 불가 유격수, 그리고 누군가의 롤모델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지금도 김재호는 두산의 대체 불가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평소 FA 계약은 구단의 일이기에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김재호는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김재호가 베테랑으로서 보여주는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김재호는 "이번 FA 계약을 하기 전에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했다. 내가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부족했지만 감독님께서 필요한 선수로 생각해주시고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감독님께서는 수치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인은 통산 성적에 아쉬움을 보였다. 김재호는 통산 145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3727타수 1035안타), 48홈런, 515타점, 560득점을 기록했다. 김재호는 "어릴 때 경기에 띄엄띄엄 나가면서 너무 못 쳤다. 통산 타율이 0.278에서 올라가질 않는다. 은퇴하기 전까지 0.280까지는 올리고 싶은데 어릴 때 너무 못 쳐서 쉽지 않다"고 답하며 웃었다.  현재 많은 후배 선수들의 롤모델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본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재호는 "후배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고맙긴 한데 창피하다. 내가 그 정도 선수로 가치가 있을까. 기록으로 보면 그냥 평범한 선수인데 높이 평가해 주니까. 그에 맞는 선수가 되고 싶은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부끄럽다"고 했다. 수치가 화려하지 않아도 가치를 인정해 준 구단에 감사했다. 김재호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들을 구단에서 많이 인정해줘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사람의 생각, 경기 운영 능력 같은 것들은 같이 생활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가치다. 그래서 감독님도 좋게 평가해줬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선수들은 많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무언가가 있으니까 구단에서 높이 평가해줬다고 생각한다. 그걸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같다. 왜 김재호는 수치상으로 별로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높이 평가해주는지 알고 싶어서 후배들이 롤모델이라고 이야기하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 김재호는 가족의 힘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왼쪽부터 아내 김혜영 씨, 아들 서한(5), 딸 그루(3), 김재호 ⓒ 김재호 제공 ◆ "장모님 덕분에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김재호는 지난 8일 두 번째 FA 계약서에 사인한 뒤 부모님께 인사하고, 그다음 장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재호는 "이번에 계약하고 장모님께 '덕분에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야구를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래서 이렇게 성장했으니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장모님 덕분에 야구에 전념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게 해주셨다.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야구 선수로 키워준 부모를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김재호는 "어릴 때 하도 많이 아파서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셨다. 어머니께 '운동선수로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했더니 울컥 하시는 것 같았다.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하셨던 것 같다. 만족할 수 있는 효도는 없는 것 같지만, 앞으로도 부모님께 더 잘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야구 선수로 성장하는 동안 늘 든든하게 옆을 지켜준 아내에게도 마음을 표현했다. 김재호는 "아내는 내가 항상 힘들 때 '너는 성공할 수 있어. 내가 아무나 안 만나. 내가 장담하는데 당신은 무조건 여기서 인정받는 선수가 될 거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웃음). 그럴 때면 내가 과연 될까? 의심을 많이 하고 자신도 없었다. 아내를 힘들게 한 시간이 있었는데, 그 힘든 시간을 내 옆에서 잘 버텨줬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내가 인정받을 수 있다고 늘 강조해줬다. 밝은 긍정의 에너지가 큰 도움이 됐다. 아내를 잘 만나서 운동선수로서 남편으로서 사람들이 좋게 봐주시니까. 좋은 아내 덕분에 좋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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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히트상품' 홍창기, 류지현 호에서도 선봉장 될까

[KBO리그] '눈야구 강점'으로 주전 도약한 홍창기, 풀타임 2년 차 징크스 극복해야 [케이비리포트] ▲   0.411로 리그 출루율 6위에 오른 LG 홍창기 ⓒ LG 트윈스   2020 KBO리그 LG 트윈스의 '히트 상품'은 외야수 홍창기다. 그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6년 2차 3라운드 27순위로 LG에 입단했다.  홍창기는 프로 데뷔 첫해 시즌 종료 후 경찰청에 입대해 병역을 마쳤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38경기 출전에 그쳐 올해 신인왕 요건을 갖춘 유망주였다. 김현수, 이천웅, 이형종, 채은성으로 구성된 LG 외야에 홍창기의 자리는 없을 듯했다.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형종이 연습 경기에서 불의의 사구 부상으로 이탈하자 홍창기는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이후 채은성과 이천웅마저 잇달아 부상을 당하자 홍창기는 외야 주전을 꿰찼다. 시즌 내내 1군 엔트리에서 한 번도 밀려나지 않으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135경기에 출전한 홍창기는 타율 0.279 5홈런 39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828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가운데 출루율은 0.411로 리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소위 '볼삼비'로 불리는 삼진 대비 비율은 87삼진, 83볼넷으로 0.95를 기록해 1.0에 근접했다.   ▲ LG 홍창기 프로 통산 주요 기록   ▲   LG 홍창기 프로 통산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고전적 강타자의 기준인 3할 타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최근 세이버 메트릭스에서 중시하는 출루율이 높은 홍창기는 '세이버형 타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LG가 새롭게 발굴한 1번 타자였다.  LG의 가을야구의 첫 관문이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홍창기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이기도 했다. 그는 4타수 무안타였지만 밀어내기 동점 타점을 비롯한 볼넷 3개를 얻어 출루율은 0.429를 기록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 합계 8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으로 타율 0.000, 출루율0.111에 그치며 LG의 탈락에 일조했다. 상대 배터리가 집요하게 스트라이크의 비중을 늘리자 홍창기는 고전을 피하지 못했다. 주전 2년 차를 맞이할 내년의 과제가 명확해진 셈이다.  LG 타선은 올 시즌 타율 0.277 4위, 홈런 149개로 3위, OPS 0.777로 4위에 올랐다. 하지만 볼넷은 509개로 8위, 출루율은 0.349로 7위에 그쳐 하위권이었다. 출루율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LG는 홍창기와 같은 타자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LG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된 류지현 감독은 현역 시절 통산 537삼진, 590볼넷으로 '볼삼비'가 1.10이었다. 그의 프로 데뷔 시즌이자 LG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1994년에는 1번 타자로서 선봉장이 되어 타선을 이끌었다. 당시 선수였던 류지현 감독의 역할을 올해 홍창기가 맡았던 것이다.    ▲   올시즌 LG의 1번 타자를 꿰찬 홍창기 ⓒ LG 트윈스   내년 시즌 LG의 외야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될 정도다. 홍창기는 치열한 내부 경쟁은 물론 상대의 집중 견제에서 비롯될 2년 차 징크스를 이겨내야만 주전을 사수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LG에서 2년 연속 1번 타자를 맡은 선수는 없었다. 홍창기가 류지현 감독의 임기 첫해인 2021년에 더욱 발전된 기량으로 LG의 우승 도전에 앞장설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대안 없는 주전 정주현, LG의 불안 요인?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